"푸딩을 찾아주십시오."

커크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방금 자기가 들은 말이 뭐였는지, 기억을 다시 조립하는 중이었다. 스팍이 중요한 문제라면서 커크에게 업무 후 면담을 신청하더니 한 말이 이거였다. 스팍의 눈빛은 놀라울 정도로 진지했다.

"그러니까... 푸딩... 비유법인가?"
"아뇨. 단어 그대로입니다. 제가 요크타운에서 구매한 수제 우유푸딩이 사라졌습니다. 저의 의심은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대원을 대상으로 내사를 요청합니다."

커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틈으로 '아...'하는 탄식이 길게 뻗어져 나왔다. 확실히, 함선으로 복귀할 때 스팍의 손에 앙증맞은 상자가 들려져 있던 것이 떠올랐다. 그게 푸딩이었구나.

"스팍은 푸딩을 참 좋아하는구나."

커크는 스팍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표현을 고르고 골랐다. 어쩐지 다섯살 배기 꼬마 앞에 선 듯한 말투를 하고선,

"안타깝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내사를 진행할 순 없어. 이건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스팍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해하기 싫다는 의미였다. 예상을 어긋난 반응에 커크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스팍을 상대로 이런 소리를 하고 있을 줄이야.

"물론! 사적으로 다른 대원한테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어. 난 바쁘고 함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위치가... 그래서 곤란하지만, 아마 널 도와줄 다른 대원이 있을 거야. 응! 그래, 우후라는 어떨까? 둘이 친하고 또..."

스팍은 점잖게 뒷짐을 지고서, 커크가 거의 마임 수준으로 손짓발짓을 더해가며 횡설수설하는 장면을 관람했다. 실컷 떠들다가 얼떨결에 대안을 찾아낸 커크가 냉큼 스팍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물론 스팍의 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 우후라한테 부탁해봐!"

커크가 경쾌하게 웃으며 스팍의 어깨를 두들겼다. 스스로의 재치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스팍의 고민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푸딩?"

우후라가 눈썹을 찡그렸다. 스팍의 태도는 전보다 무기력했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제가 요크타운에서 구매한 수제 우유푸딩이 사라졌습니다. 의심이 가는 대원이 있다면..."
"글쎄, 체콥이 아닐까? 걘 아직 어리니까 단 걸 좋아할 거야."
"니요타..."

우후라가 팔짱을 끼고서 어깨를 으쓱 올렸다. 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연령에 따른 편견과 짐작은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스팍은 와중에 우후라의 말을 요목조목 지적했다. 우후라는 그러거나 말거나,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그녀는 지금 은하 외곽 지역 언어로 적힌 문서를 번역하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참이었다. 푸딩은 아무래도 좋았다. 만약 그 푸딩이 말을 할 줄 알아서 업무를 도와준다면 다시 생각해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거나, 협조 감사합니다."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음에도, 스팍은 예의상 인사말을 잊지 않았다.





가장 유의미한 도움을 준 이는 술루였다. 스팍이 외는 푸딩 염불을 가만히 경청하더니, 처음으로 질문다운 질문을 던졌다.

"그걸 마지막으로 본 곳이 어딘데요?"

흥미를 얻은 스팍의 눈이 빛났다. 그는 술루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힘을 주어 답했다.

"함교에 휴대한 후 제가 업무를 보는 테이블에 올려두었습니다."
"음... 고양이 우리에 생선을 갖다 놨네요."

스팍이 대번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해를 못하셨군요. 제가 찾는 건 푸딩이지 생선이 아닙니다."
"......"

술루는 당황스러움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표현했다. 그러나 스팍에게 지구식 표현을 이해시키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진 않았다. 그는 푸딩 문제에 더 관심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요크타운'이라는 단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무하는 동안에 함교에 있었던 사람들을 조사해봐요. 그러고 보니 닥터도 함교에 잠시 들르지 않았나요?"

스팍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감사인사를 건넸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뭘요. 참, 스팍."

자리를 뜨려던 스팍이 멈추고 술루를 보았다. 술루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꼭 그 푸딩이 먹고 싶은 거라면, 벤을 통해서 구해줄 수 있어요. 시간은 좀 많이 걸리겠지만."
"호의는 감사하지만, 전 지금 당장 그 푸딩이 필요합니다."

스팍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의 제안을 사양했다.





스팍이 함선 생활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은 말하지 말 것. 지금 체콥 앞에서 우후라가 당신을 지목하더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체콥은 패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스팍이 하는 말에 대충 대답했다. 그는 한창 항해에 필요한 수식을 계산하던 중이었다.

"미스터 체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그제야 스팍은 체콥이 자기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기꺼이 처음부터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푸딩, 요크타운, 함교. 이번엔 진지한 자세로 경청한 체콥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 상자가 푸딩이었구나..."
"그것을 보셨습니까?"
"네. 닥터가 들고 다니던데요."

체콥은 멍때리느라 아무 말도 못하는 스팍의 눈치를 슬슬 살피다, 조심스럽게 이제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스팍은 순순히 체콥을 보내 주었다. 체콥은 다시 패드에 얼굴을 묻고 복도를 가로질렀다.





"부함장님, 안 들어가세요?"

메디 베이 앞에 서있는 스팍을 본 채플이 물었다. 스팍은 놀랐지만 짐짓 아닌 척했다. 채플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문을 열었다. 스팍은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한 쪽에는 어딘가를 다치고 돌아와서 앓는 소리를 내는 대원들이 있었고, 그 사이를 맥코이가 갈팡질팡 뛰어다녔다. 맥코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누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채플이 트라이코더를 들어 스팍의 몸을 훑었다.

"이상은 없는데,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채플은 검사 결과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스팍 쪽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그는 맥코이를 보느라 넋이 나가 있었다. 채플이 스팍의 눈 앞에 손을 갖다대고는 '딱'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부딪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스팍이 채플을 돌아보았다. 채플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확인할 것이 있어서..."

스팍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메디 베이 내에서 맥코이가 근무하는 연구실이었다.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문에 달린 창 너머에 연구실의 풍경이 드러났다. 자리 주인을 닮아 온갖 사무용품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책상 위로 익숙한 상자가 보였다. 이미 한 차례 풀어헤쳐진 상자 옆에 푸딩용기가 있었다. 먹다가 중간에 뛰쳐나온 건지, 자그마한 숟가락이 꽂혀져 있었다.

"치프한테 용건 있으시면, 부함장님 왔다고 전해드릴까요?"

채플이 다가와서 물었다. 제 푸딩의 최후를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던 스팍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들른 건 비밀로 해주십시오."






오늘도 커크가 함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커크는 대원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건네고 함장석에 앉았다. 문득 미리 자리에 앉아 탐사를 위한 자료를 정리하는 스팍이 눈에 들어왔다.

"스팍, 물건은 찾았어?"

'푸딩'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애둘러 말하는 커크의 표정엔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스팍은 커크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면서도 온화한 말투로 답했다.

"네. 제 주인을 무사히 찾아 돌아갔습니다.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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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가 잠이 든 지도 하루가 지났다. 여느때처럼 행성에 교류를 요청하러 다녀온 커크는, 오래 지나지 않아 현기증을 호소하다가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함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스팍이 함장 역할을 대행하기 시작했지만, 대원들은 커크의 부재에 몹시 불안함을 느꼈다. 커크가 이 사실을 듣는다면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깨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사실 스팍도 그랬다. 스팍은 커크를 깨워낼 해결책을 찾아내느라 평소보다 더 바빠진 메디베이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러나 스팍이 찾아온다고 해서 커크가 갑자기 눈을 뜨는 기적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커크의 손에 연결되어 식사를 대체할 영양제의 가짓수만 늘어났다. 스팍이 대략 스물두번째쯤 맥코이의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맥코이는 성질을 내면서 손을 휘저으며 내쫓는 대신 패드를 들이밀었다. 커크의 생체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거 영 이상해."

맥코이는 유려한 손놀림으로 패드를 조작하였다. 처음 화면을 밀었을 때는 1시간 전의 검진 결과가 나왔다. 이어서 3시간 전, 5시간 전으로 넘어갔다. 이들의 흥미를 자극한 부분은 커크의 뇌였다.

"확실히 수면 중이라고 보기는 어렵군요."
"짐은 지금 본인의 의지로 깨어나지 않는거야."

둘은 동시에 커크를 보았다. 특별히 연구실에 옮겨진 커크는 침대 위에 누워서 죽은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안정적인 패턴으로 오르내리는 바이탈사인이 커크의 생사 여부를 알려주었다.

"어쩌면 의학의 영역을 벗어난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지. 최면이라든가. 그 망할 행성에서 말이야."

맥코이는 스팍의 손에서 패드를 빼앗았다. 이미 스팍은 커크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으므로, 제 손에서 무엇이 떠나가든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거기서 짐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냈어?"
"아니요. 동행한 대원이 전무해서 원인을 규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외교적인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절차가..."
"절차? 외교고 나발이고 난 관심 없어. 짐이 저렇게 됐는데 다 무슨 소용이야?"
"그건..."

스팍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맥코이는 꽉 닫혀버린 스팍의 입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망할 초록피. 맥코이는 욕을 씹어삼키며 돌아섰다. 스팍은 연구실에 태초부터 있었던 구조물처럼, 얌전히 박힌 듯 서있었다. 맥코이로서는 감사한 선택이었다.












아만다는 종종 어린 스팍을 앉혀 놓고 지구의 문물을 가르쳤다. 그것이 그녀가 벌칸에 살면서 가지는 사명이라도 되는 듯. 스팍은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싫어하지 않았다.

"스팍, 이게 뭔줄 아니?"

어떤 날은 아만다가 지구에서 보내온 소포를 뒤지다가, 두꺼운 종이로 된 책을 찾아내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스팍은 표지에 적힌 영어를 곧이 곧대로 읽었다.

"맞아."

아만다가 방긋 웃었다.

"읽어줄까?"

사실, 스팍 혼자서도 너끈히 독파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이었다. 그러나 스팍은 거절할 수 없었다. 아만다가 무릎에 저를 앉혀놓고 조근조근 이야기해줄 때의 그 체온과, 정수리에 닿는 따스한 울림이 좋았다. 스팍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렉이 이 광경을 봤다면 '제대로 대답하라'면서 혼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만다는 마냥 기뻐하면서, 스팍에게 손짓을 했다. 스팍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아만다의 무릎 위로 안착했다. 아만다가 책을 펼쳐 글을 읽기 시작했다.

"... 오로라 공주는 왕자님과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끝! 어때?"
"일부는 타당하지만 일부는 납득이 어렵습니다. 바늘에 찔려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파상풍에 걸렸기 때문이지요? 파상풍에 걸리면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음..."

아만다는 제 아들의 동심을 지키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오로라 공주가 잠든 건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야.











한참 커크를 내려다보던 스팍이 그의 손 아래로 제 손을 넣었다. 슬쩍 손가락을 맞대어본다. 커크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이기에 당연한 노릇이겠지만. 손을 빼지 않은 채로 커크의 얼굴을 보았다. 단단히 감긴 눈커풀 너머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저에게 화를 내고 돌아서던 맥코이의 모습이 스친다.

"짐, 전 가끔..."

스팍은 들어주지도 않는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레너드가 부럽습니다."

화내고 싶다. 짐이 이 지경인데 외교가 무슨 상관이냐고 외치면서 무작정 행성으로 쳐들어가 머리채를 잡고 묻고 싶다. 짐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고.

스팍의 손이 미약하게 떨렸다. 스팍은 두 손 안에 커크의 손을 가두어 잡고 겨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떨림이 멈췄다. 스팍은 커크의 손등을 덮었던 제 손을 들었다. 잠들어 있는 커크의 얼굴로 시선이 옮겨간다. 스팍은 새삼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맥코이가 자리를 비운 연구실엔 오로지 스팍과 커크 둘 뿐이었다. 50%의 확률. 스팍은 몸을 움직여 좀 더 커크의 머리 옆에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커크의 얼굴 위로 손가락을 얹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함선 전체에 적색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붉은 경고등이 쉴 새 없이 깜빡였다. 스팍은 지체하지 않고 브릿지로 달려갔다. 커크가 있을만한 곳은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브릿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함장석도 비어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창 밖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고요했다. 예상과 벗어난 전개에 스팍은 사고가 정지했다. 답지 않게 당황해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브릿지는 물론이거니와, 함선 전체에 대원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숨이 턱 막혔다. 몸의 피가 모조리 식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커크의 의식이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스팍에게 옮겨지는 중이었다. 서서히 뒷걸음질 치던 스팍의 등이 벽에 부딪혔다. 스팍은 그대로 서서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사이렌 소리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차츰 스팍은 안정된 호흡을 되찾았다.

"짐."

주문을 외우듯 그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들었다. 그가 갈만한 장소는 어디일까. 스팍은 부지런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문득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었다. 먼저 휴게실을 찾았다. 늘 대원들로 복작거리던 휴게실은 텅 비어서, 어울리지 않게 썰렁했다. 게다가 이 곳마저 붉은 경고등과 사이렌 소리에 점령당해 있었다. 점점 속이 울렁거렸다. 빨리 이 정체 모를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커크를 꺼내야만 했다.

다음엔 커크의 쿼터였다. 평소에는 보안이 걸려 있지만, 의식 속의 세계는 그렇지 않았다. 스팍은 수월하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곳에도 커크는 없었다. 사이렌 소리가 거대한 해일이 되어 복도를 타고 몰려 오는 것 같았다. 스팍은 쫓기듯 다음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식당에도 커크는 보이지 않았다. 메디베이는 예상대로 비어 있었다. 스팍은 점점 아랫층으로 내려가면서 범위를 좁혀갔다. 그리고 마침내 함선의 가장 하단까지 다다랐다.

기관실.

스팍은 사방에 빽빽하게 설치된 기계들 사이를 종횡무진했다. 그러다 한 지점에서 시선이 멈췄다. 스콧과 킨저가 업무를 보는 (것을 빙자해 다과파티를 벌이는) 공간이었다. 함선 내의 다른 방들과는 다르게 철로 만들어진 여닫이문이, 깜빡이는 빨간 조명을 받으며 살풋 열려져 있었다. 스팍은 평소 직감으로 움직이는 타입이 아니었지만, 그 틈새는 확실히 스팍에게 어떤 힌트를 주고 있었다. 스팍은 그 안에 갇힌 새가 날아갈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문 틈에 손을 끼워넣고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쭈그리고 앉은 금빛 셔츠의 주인공을 발견했다.

"짐."

스팍이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 사이 푸석해진 얼굴이 스팍을 맞이했다. 커크는 환영이라도 본 것처럼 어물거리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스팍이 눈높이를 맞추어 앉았다.

"스카티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스팍이 미처 말을 건네기도 전에 커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스카티는... 함선을 좋아했잖아. 그래서..."
"짐."

커크가 말을 멈추고 스팍을 보았다. 스팍은 부드럽게 커크의 어깨를 쥐었다.

"여기서 나가면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스콧도 볼 수 있습니다"
"...다 나를 버린 게 아니야?"
"모두가 함장님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커크의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스팍이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려 커크의 손을 잡았다. 둘의 손가락이 맞닿았다. 커크가 미약한 신음을 뱉었다.

"그리고 저도, 짐이 보고 싶습니다."
"너였구나."

커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돌았다.

"여기서 울고 있는데 뭔가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잠깐 마음이 편해졌었거든. 그게..."

스팍은 대답 대신 커크의 손등에 입맞춤을 선사했다. 스팍의 입술이 떨어지고, 커크는 마주 잡고 있는 스팍의 손을 슬슬 어루만졌다. 어느 틈에 요란했던 사이렌 소리도, 경고등도 사라져 있었지만 둘은 깨닫지 못했다. 커크가 천천히 스팍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을 끌어안고 키스했다. 짧은 입맞춤이 아쉬운 듯 다시 한 번 입술을 맞대었다. 스팍은 기꺼이 저를 찾아드는 그를 맞이했다. 점점 함선이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스팍의 손이 떨어짐과 동시에 커크가 눈을 떴다. 커크는 여전히 제 코 앞에서 보이는 스팍의 얼굴 때문에 잠시 혼란스러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가 누워있는 침대의 감촉과, 기관실이 아닌 메디베이의 풍경은 그가 현실로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충분한 증거가 되었다.

"스팍."
"다행입니다. 제가 지금 바로 레너드를 불러-"

스팍의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커크가 냅다 멱살을 쥐고 당겨서 키스했기 때문에. 놀라서 눈동자만 굴리던 스팍이 스르르 눈을 감고 커크를 끌어안았다. 점점 키스가 진해져갈 즈음, 연구실 입구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황급히 떨어져서 고개를 돌렸다. 목석처럼 얼어붙은 맥코이의 발치에 패드가 반쪽이 나있었다. 뒤이어 무시무시한 불호령이 연구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제임스 커크, 스팍! 망할 새끼들아! 여기가 무슨 호텔인 줄 알아!!!!"










어머니, 저주라는 건 비상식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낭만적이지 않니?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받으면 깨어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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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생도 중 하나, 사기꾼, 안하무인, 언제나 제멋대로인 천둥벌거숭이.

 

그것이 그에 대한 인상의 변화였다.

 

스팍이 커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아카데미에서였다. 커크는 아카데미의 유명 인사였다. 소문에 어두운 스팍이었지만, 조지 커크의 신화적인 업적은 물론이거니와 그 아들의 입학 사실까지 모를 순 없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커크가 누구와 어울리든지, 어떤 생도 생활을 하든지 하등 스팍과는 관련 없는 사항이었다. 그는 스팍의 강의를 듣는 생도도 아니었다. 스팍은 불필요한 정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조교 스팍에게 생도 제임스 커크의 존재는 '불필요한 정보'였다.

 

그 다음에 그와 맞닥뜨린 건 코바야시 마루 테스트에서였다. 이번이 3수인 주제에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커크는, 절대 통과 불가능한 그 시험을 통과해냈다. 보통은 그럴 경우 '대단하다'하겠지만, 그럴 사안이 아니었다. 출제자인 스팍이 모든 변수를 계산해내어 0%의 가능성을 도출해낸 시험이었으므로. 무언가 조작이 가해졌다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엔터프라이즈에 입성할 때까지 스팍에게 커크는 그저 최악의 생도였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에 승선한 후부턴 최악의 '대원'으로 그 위치가 변하였다. 그는 대원이 되어서도 규칙 따위를 우습게 여겼다. 그런 그에게 함장 자리를 넘겨준 건 단순히 스팍 본인이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커크가 함장으로 있는 엔터프라이즈에 부함장을 자처한 데엔 나름의 논리적 이유가 있었다.

 

1. 엔터프라이즈는 현존하는 탐사선 중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 그런 엔터프라이즈를 커크가 있다는 이유로 마다한다면 도리어 스팍의 손해다.

3. 커크의 인성과는 별개로, 그의 함장으로서의 능력은 인정할 만하다.

 

그렇게 함께 항해를 하면서 스팍은 커크에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커크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이 사실을 안 건 탐사를 시작한지 오래 지나지 않은 후였다. 어느 날은 맥코이 박사가 커크를 찾았다. 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보이질 않으니, 커크를 발견하면 본인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스팍은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다가 우연히 커크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그는 혼자 휴게실에 앉아서 기타를 안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저번 탐사에서 얻어온 인형을 앉혀두고선,

 

들어봐, 내가 요번에 발견한 고전 음악이야.

 

Yesterday all my troubles seemed so far away

Now it looks as though they're here to stay

Oh, I believe in yesterday

 

곧장 맥코이에게 통신하려고 커뮤니케이터를 들었던 스팍은, 그가 노래를 시작하자 스르르 손을 내려버렸다. 그리고 홀린 듯이 가만히 그의 노래를 감상했다. 노래하는 목소리는 정말 예뻤다.

 

"부함장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아무 것도 안하고 벽에 기대 서있는 스팍을 지나다가 본 체콥이 쾌활하게 말을 걸었다. 스팍이 놀라 허둥거렸다. 그와 동시에 노랫소리가 멎었다.

 

 

 

 

 

 

 

 

스팍이 천천히 눈을 떴다. 발치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커크였다. 어느새 깨어난 커크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패드를 붙잡고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부끄러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이불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하얀 이불이 둥글게 굽은 그의 등을 감쌌다. 스팍이 몸을 뒤척이자 침대 시트가 부스럭거렸다. 그 소리에 커크가 돌아보았다.

 

"깼어? 미안."

 

조용히 한다고 했는데……. 커크는 뒷말을 흐렸다. 스팍은 커크가 왜 사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금방 끝나. 갑자기 생각났는데 함장 일지 기록하는 걸 깜빡했더라고."

 

그리곤 다시 일지를 기록하는 데에 집중했다. 스팍은 그 사이에 몸을 일으켜 커크의 뒤로 다가왔다. 그의 등을 감추고 있는 이불을 슬쩍 잡아 내렸다. 그의 뒷목에 남은 흔적은 몇 시간 전 이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고스란히 증명해주었다. 스팍은 천천히 그 위로 입술을 포개었다. 커크가 어깨를 움츠렸다. 그대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커크가 물었다.

 

"뭐하는 거야?"

"불쾌하셨다면 그만 두겠습니다."

 

스팍의 우려와는 달리, 커크는 스팍이 이불에 손을 댈 때부터 웃고 있었다.

 

"아니, 계속 해줘. 기분 좋아."

 

스팍은 덤덤하게 이불을 끝까지 당겨 내렸다. 커크는 이제 완전히 나신을 드러냈다. 스팍은 도드라진 커크의 날개 뼈에 입 맞추면서, 한 손으론 그의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쓸었다. 일지 기록을 종료하는 커크의 목소리에 가벼운 신음이 섞였다. 커크는 눈을 지그시 감고서 스팍의 손길을 맘껏 만끽했다. 그의 손에 힘이 풀리며 패드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졌다. 스팍이 커크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뺨을 부볐다. 마치 커다란 강아지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커크가 고개를 돌려 입맞춤을 선사해주었다. 가벼운 입맞춤이 몇 번 이어졌다. 어느새 둘은 마주 보고 앉은 자세가 되었다. 커크가 적극적으로 스팍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키스했다. 입술이 붙었다 떨어지며 끈적한 소리를 남겼다. 목마른 한 마리 고양이처럼, 커크는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스팍의 입술을 혀로 할짝거렸다. 스팍의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왔다.

 

"으악!"

 

스팍이 짓누르는 무게를 이기지 못한 커크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엎어졌다.

 

"세상에, 스팍!"

 

침대에 거꾸로 누운 커크가 제 몸 위에 자리 잡는 스팍을 보곤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이럴 기운이 남았어? 우리 아까 한바탕 했잖아!"

", 상기시켜드리자면 전 벌칸입니다."

"오 맞아. 그랬지. 깜빡 잊었는데 기억나게 해줘서 고마워."

 

스팍이 커크의 반응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반박하려는 찰나에, 커크가 스팍의 뒷목을 잡고 끌어당겨 다시 키스했다. 스팍의 벌어진 입술을 물다가, 그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어리둥절해 하던 것도 잠시, 스팍도 이내 커크의 입술에 취해 그의 머리칼을 쥐고 마음대로 헝클어뜨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두 혀가 얽혔다가 잠시 떨어졌다. 커크는 벅찬 숨을 몰아쉬면서 방금 전까지 스팍이 다녀간 제 입술을 핥아냈다. 붉어진 입술과 두 볼이 너무도 자극적이었다.

 

"우리 흥 깨지 말자. ?"

 

커크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을 신호로 스팍은 다시 커크에게로 달려들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 아까 잠든 사이에 당신 꿈을 꿨습니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선 저에게 머리를 기대고 누운 커크를 품에 소중히 끌어안은 스팍이 불현듯 말문을 열었다.

 

"공짜로? 나 비싼 몸이야. 출연료 내놔."

 

그렇게 말하면서 커크는 기운 없이 스팍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스팍이 그것을 잡아채고는 제 입술로 꾹 눌렀다. 커크가 킥킥 웃었다. 스팍은 웃지 않았지만, 애정이 한껏 담긴 눈으로 커크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 꿈으로 인해서 짐에게 처음 반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언제였는데?"

 

스팍은 한참 말이 없어졌다. 커크는 예쁜 그 눈을 깜빡이면서, 대답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스팍이 그 위로 살포시 입 맞추었다. 그리곤 볼에, 입술에까지 입맞춤이 이어져 내려왔다.

 

"이상하게도……. 짐을 보니 머릿속에 아무 것도 떠오르질 않는군요. 나중에 기억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뭐야……."

 

입에 발린 소리라기엔 스팍의 눈빛은 진지했다. 싱거워. 삐죽거리던 커크는 이내 무거워진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달렸으니 피곤할 수밖에. 스팍은 잠든 커크가 유리마냥 깨질세라, 제 품에 소중히 가둬놓고서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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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님?"

 

술루가 불러도 커크는 대답이 없었다. 이상한 느낌에 술루와 체콥이 동시에 돌아보았다. 커크가 함장석에 앉은 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잠들어 있었다. 한참 들여다보던 패드는 그의 허벅지 위로 곱게 내려왔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잡을 도리는 없던 것이다. 술루는 그런 커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재차 캡틴을 부르며 깨우려고 시도하는 체콥을 제지하고 손가락을 제 입에 가져다 대었다. 쉬잇. 둘은 평소처럼 업무를 이어갔다.

 

터보 리프트가 열리면서 맥코이가 나왔다. 커크에게 용무가 있는 것인지, 함교에 들어서자마자 커크의 이름을 부르던 맥코이는 잠들어 있는 그를 보곤 바로 입을 다물었다. 워낙 요란한 등장이라, 돌아본 술루와 눈이 마주쳤다. 술루는 찡긋 눈짓으로 신호를 주었다. 맥코이는 도리질을 치면서 어디론가 향하더니, 얇은 담요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앉은 채로 잠든 커크의 몸 위로 덮어주었다. 손끝에 위태롭게 들려있는 패드도 회수했다. 패드를 살피는 듯하다가 커크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옅은 숨소리에 따라 그의 가슴팍이 오르내렸다. 꿈이라도 꾸는지, 감겨있는 눈꺼풀 안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맥코이는 어쩐지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 회피하듯 조타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따가 함장님한테 할 말 있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곤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함교를 떠났다.

 

스팍이 함교로 온 때는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제 슬슬 교대할 시간이라, 함교에 남은 인원은 체콥과 술루, 자고 있는 커크가 전부였다. 뒷짐을 진 채 느긋하게 걸어오던 스팍이 커크를 보고 멈춰 섰다.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가,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통상 하던 대로 업무를 시작했다. 역시 분위기는 고요했다.

 

"미스터 술루, 미스터 체콥?"

", 부함장님."

 

스팍이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대답했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선 교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술루와 체콥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이내 수긍했다. 교대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제 함교엔 둘만이 남았다.

 

스팍은 슬쩍 돌아보다가 두 옐로셔츠가 보이지 않을 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잠든 커크의 앞에 다가갔다. 무릎을 굽히고 그의 눈높이에 맞춰선 채, 함장 의자의 손잡이를 쥐고 기대었다. 덕분에 두 사람의 거리는 극도로 좁아졌다. 가만히 커크의 자는 모양새를 구경하던 스팍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러나 곧장 누군가 지켜보기라도 한다는 양, 스스로 놀라서 표정을 굳혔다.

 

커크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나쁜 꿈이라도 꾸는 걸까?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선 뒤척거리던 커크가 별안간 발길질을 하면서 눈을 떴다. 다행히 스팍은 커크에게 발로 채이기 전에 미리 뒤로 물러섰다. 커크가 몸부림치면서 의자에서 떨어질 뻔한 것을 스팍이 잡아주었다. 스팍의 팔에 안긴 채로 커크가 큼직한 두 눈을 끔뻑거렸다.

 

"고마워, 스팍. ……. 깜빡 잠들었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캡틴."

 

스팍에게서 벗어난 커크는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고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제 몸 위에 덮여진 담요를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나머지는 다 어디 갔어?"

"교대 인원이 곧 올 겁니다."

"뭐 어쨌든…… 이거 고마워."

 

커크는 담요를 흔들며 스팍에게 공치사를 했다. 스팍의 한 쪽 눈썹이 크게 움찔했다. 자기가 준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뿐이었다. 스팍은 부정도 긍정도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스팍이 그의 내면에 남은 양심과 내적인 다툼을 벌이는 사이에, 커크는 커피를 또 마셔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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