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장님?"

 

술루가 불러도 커크는 대답이 없었다. 이상한 느낌에 술루와 체콥이 동시에 돌아보았다. 커크가 함장석에 앉은 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잠들어 있었다. 한참 들여다보던 패드는 그의 허벅지 위로 곱게 내려왔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잡을 도리는 없던 것이다. 술루는 그런 커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재차 캡틴을 부르며 깨우려고 시도하는 체콥을 제지하고 손가락을 제 입에 가져다 대었다. 쉬잇. 둘은 평소처럼 업무를 이어갔다.

 

터보 리프트가 열리면서 맥코이가 나왔다. 커크에게 용무가 있는 것인지, 함교에 들어서자마자 커크의 이름을 부르던 맥코이는 잠들어 있는 그를 보곤 바로 입을 다물었다. 워낙 요란한 등장이라, 돌아본 술루와 눈이 마주쳤다. 술루는 찡긋 눈짓으로 신호를 주었다. 맥코이는 도리질을 치면서 어디론가 향하더니, 얇은 담요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앉은 채로 잠든 커크의 몸 위로 덮어주었다. 손끝에 위태롭게 들려있는 패드도 회수했다. 패드를 살피는 듯하다가 커크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옅은 숨소리에 따라 그의 가슴팍이 오르내렸다. 꿈이라도 꾸는지, 감겨있는 눈꺼풀 안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맥코이는 어쩐지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 회피하듯 조타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따가 함장님한테 할 말 있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곤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함교를 떠났다.

 

스팍이 함교로 온 때는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제 슬슬 교대할 시간이라, 함교에 남은 인원은 체콥과 술루, 자고 있는 커크가 전부였다. 뒷짐을 진 채 느긋하게 걸어오던 스팍이 커크를 보고 멈춰 섰다.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가,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통상 하던 대로 업무를 시작했다. 역시 분위기는 고요했다.

 

"미스터 술루, 미스터 체콥?"

", 부함장님."

 

스팍이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대답했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선 교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술루와 체콥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이내 수긍했다. 교대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제 함교엔 둘만이 남았다.

 

스팍은 슬쩍 돌아보다가 두 옐로셔츠가 보이지 않을 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잠든 커크의 앞에 다가갔다. 무릎을 굽히고 그의 눈높이에 맞춰선 채, 함장 의자의 손잡이를 쥐고 기대었다. 덕분에 두 사람의 거리는 극도로 좁아졌다. 가만히 커크의 자는 모양새를 구경하던 스팍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러나 곧장 누군가 지켜보기라도 한다는 양, 스스로 놀라서 표정을 굳혔다.

 

커크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나쁜 꿈이라도 꾸는 걸까?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선 뒤척거리던 커크가 별안간 발길질을 하면서 눈을 떴다. 다행히 스팍은 커크에게 발로 채이기 전에 미리 뒤로 물러섰다. 커크가 몸부림치면서 의자에서 떨어질 뻔한 것을 스팍이 잡아주었다. 스팍의 팔에 안긴 채로 커크가 큼직한 두 눈을 끔뻑거렸다.

 

"고마워, 스팍. ……. 깜빡 잠들었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캡틴."

 

스팍에게서 벗어난 커크는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고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제 몸 위에 덮여진 담요를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나머지는 다 어디 갔어?"

"교대 인원이 곧 올 겁니다."

"뭐 어쨌든…… 이거 고마워."

 

커크는 담요를 흔들며 스팍에게 공치사를 했다. 스팍의 한 쪽 눈썹이 크게 움찔했다. 자기가 준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뿐이었다. 스팍은 부정도 긍정도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스팍이 그의 내면에 남은 양심과 내적인 다툼을 벌이는 사이에, 커크는 커피를 또 마셔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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